좋아하는 배우의 늙은 얼굴은 슬프다.
아니 늙었다고 말하긴 싫지만 왠지 그렇게 말해야 할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중의 한명. 노희경이 쓴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배우 배종옥을 보고 그런거다.
토요일인가 일요일인가 케이블에서 태극기 휘날리며를 스치듯이 봤는데 이은주가 나왔다. 이 세상에 없는 이은주가 왜이리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을까.
별로 좋아하는 영화는 아니지만 그녀가 나오는 장면을 잠깐 보았는데 오늘 배종옥을 보니 슬프다는 생각이 들더라.
처음 본게 언제지. 젋은 날의 초상에서 시골 작부 역을 했을 때였나. 그녀 특유의 남자같은 웃음을 흘리는 게 좋았었다. 똑부러지는 목소리도 동그란 얼굴도 좋았드랬다.
또 내가 좋아하는 작가 김수현의 '목욕탕집 남자들'에서 따따부따 쏘아부치는 독신주의자도 좋았고 '꽃보다 아름다워'에서 머큐롬 바르는 엄마 고두심을 보면서 가슴을 쥐어뜯는 울움도 멋졌는데 왜 갑자기 늙었다는 생각을 했을까 여전히 좋아하는 배우인데.
스물다섯살의 나이 그대로 멈춰버린 이은주가 생각나는 걸 왜일까. 나도 늙어가서 일까. 이제 서른넷인데. 나이를 말하기 부끄러워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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