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가에게 자화상은 자신의 거울이다. 자화상은 거울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그리는 그림이 아니다. 내 모습에 비치는 내면을 응시하고 솔직하게 그리는 것이다.

고흐의 자화상을 보라. 상처입은 영혼의 모습을. 스스로 귀의 일부를 자르고 붕대를 감은 초라한 자신을 담담히 그려냈다. 녹색 눈동자 어디에도 후회의 감정을 느껴지지 않는다.
이중섭의 자화상도 그러하다.
일본인 아내가 생활고로 두 아들과 함께 일본으로 돌아가자 이중섭은 상심하고 언제나 그를 따라다니는 지긋지긋한 가난은 그에게 그림을 그릴 재료조차 주지않았다.
진흙탕에서 하얀 연꽃이 피듯' 새로운 것'이라는 것은 절박함에서 탄생한다. 이중섭은 담뱃갑 속 은박지를 뜯어내어 송곳으로 긁어 작품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그의 첫 개인전에서 사람들은 벌거숭이 아이들이 뒤엉킨 모습을 담은 은지그림이 춘화라 혹평하며 전시회에서 철거시킨다.
설상가상 전시회에서 팔린 그림값마저 떼이고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개인전에서의 충격은 그에게 삶의 희망을 앗아간다. 월남한 그에게 빨갱이라고 수근대는 주변의 목소리. 그는 술과 분노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점점 병마에 시달리게 된다.
영양실조와 신경쇠약 속에 사람들을 그런 그를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시키려고 한다. 이중섭은 친구에게 이 자화상을 그려주며 어떻게 정신이상자가 그림을 그릴 수 있겠냐며 항변하지만 결국 한달동안 정신병원에 수용되어버렸다. 마치 고흐처럼.
이게 이 그림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머리는 부시시하고 옷은 남루하지만 정면을 응시하는 눈은 당당하다. 굳게 담은 입술은 신념에 차있다.
나는 병들었다. 나는 가난하다. 나는 외롭다 하지만
"나는 미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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